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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변명은 이렇습니다

뭐랄까, 단순한 사실만...

..얘기하는 건 아닙니다

잠시 제멋대로 살았더니...

..점점 고독하고...

..지루해졌어요

온종일 아무 것도 못했죠

그래서 미행을 시작했습니다

미행?

미행.. 뒤를 밟았죠.
사람들의 뒤를 밟기 시작했어요

- 누구를 말인가?
- 처음엔 무작정 아무나요

즉, 임의로 누군가를 따라갔고...

..상대방은 저를 모릅니다

그 다음엔?

- 그 다음엔 아무 일도 없었어요
- 아무 일도 없었다고?

네, 그들이 어디로 가서
뭘 하는지 구경하고...

..나중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왜 그랬지?

그냥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어요

누군가.. 그러니까...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요?
당신도 아마 예전에...

..눈을 부릅뜨고 마구잡이로...

..수많은 군중 틈을 뚫고 달리는
풋볼경기를 해봤을 겁니다

그러다가 차츰 누구 한 사람을
주목하게 되지 않던가요?

그러면 그 사람은 더 이상
불특정한 군중의 일원이 아녜요

제가 쫓는 누군가도 그런 식으로
특별한 존재가 됩니다

이런 행동을 억제할 수가 없어요

- 여자들을 따라간 적이 있나?
- 아뇨, 여자를 쫓는 게 아닙니다

성적인 것과는 무관해요.
저는 아무나 따라갑니다

단지 그들이 행적을
알고 싶었을 뿐입니다

비밀요원 시늉을 했단 건가?

아뇨, 저는 글을 써요.
어떻게든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소설의 등장인물에 쓰일
자료를 모으던 중이었어요

처음엔 그런 의도였는데...

..나중엔 위험인물을 점찍으러 다녔어요
너무 몰두하게 된 탓이죠

도를 넘지 않고 미행을 하려면
뭔가 원칙이 필요했습니다

지나치게 오래 쫓지는 말자...

..밤에 어두운 골목에서
여자를 쫓아선 안된다...

...뭐 대충 이런 겁니다

반드시 아무나 임의로 골랐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일도 틀어지게 마련이죠

특별히 누군가를 정해놓고 따라가면...

따라갈 사람을 정한 그 순간부터...

..골치 아픈 문제가 생겨납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아요.
당신은 한 번도...

...버스나 지하철에서 주위 사람들의
대화를 엿들은 적 없나요?

거리에서 흥미롭게 보이는 사람이나...

..기묘하게 행동하는 사람,
그런 걸 쳐다본 적은 없나요?

그들의 삶과 관련된 것,
그들이 하는 일...

그들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 한 적은 없나요?

누군가의 행동을 관찰해보면
무수한 질문거리가 떠오릅니다

저는 그게 묻고 싶었어요

이유가 뭔지도 알고 싶었고요

그래서 사람들의 뒤를 밟아서
알아내려고 했어요

가장 중요한 원칙은...

누군가 어디에서 일하고,
어디에 사는지 알아내더라도...

..같은 사람을 절대로
두 번 미행하지 않는단 겁니다

미행의 철칙이죠

근데 그걸 어기고 말았어요

- 주문하시겠어요?
- 아, 그냥 커피 주세요

- 저기, 점심시간이거든요?
- 그럼 치즈 샌드위치로 할게요

같이 앉아도 되겠소?

네

나를 알아요?

- 블랙커피 한 잔하고, 댁은...?
- 저는 됐어요

저쪽도 블랙으로 줘요

경찰은 분명 아니고, 그럼 뭐요?
어째서 내 뒤를 밟았소?

죄송한데, 무슨 말씀이신지...

괜히 기분 잡치게 하지마.
대체 뭐하는 놈이야?

고마워요

설탕은?

그러니까 그게...
당신 뒤를 밟은 게 아니라, 나..나는...

가방을 든 당신 모습이
흥미롭게 보였을 뿐예요

- 그럼 동성애자야?
- 아뇨, 아니에요

사실은 학교 동창으로 착각했어요

여기로 들어오길래
그 친구가 맞나 보려고 따라왔어요

- 근데 아니군요
- 아까는 왜 안 물어봤어?

내가 생각한 사람이 아니라서
당황해서 그랬나봐요

- 그래 보이진 않던데?
- 아뇨, 그랬어요

- 이름이 뭐지?
- 빌이요

그래, 빌. 직업은?

- 현재로선 일단...
- 취업 준비 중이란 말이겠지

- 네, 맞아요
- 뭘 하고 싶나?

- 모르겠어요
- 자, 빌, 어려워할 필요 없어

마음 속에 뭔가 불타는
야망이 있을 거야, 그렇지?

- 굶주린 예술가처럼 그런? 아닌가?
- 아뇨, 없어요

- 자네는 화가야
- 아뇨

- 사진가?
- 아뇨

- 작가?
- ..아뇨

- 작가로군, 그래?
- 아뇨

- 글은 잘 되나?
- 별로요

- 가끔은 쓰겠지?
- 가끔은요. 누군들 안 그러겠어요?

나는 안 그래

그렇군, 작가였어

그렇게 말한 적 없어요

무슨 근거로 나를 작가라고 생각하죠?

가끔 이십대 실업자는
자신을 작가라고 생각하지

- 모르는 사람에게도 달려들고
- 글쎄요, 난 작가가 아니에요

-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군
- 네

- 나한테도?
- 그래요

근데 아직 내 이름도 안 물었잖아?

- 이름이 뭐예요?
- 가방에 뭐가 있는지도 안 물었어

- 무슨 가방요?
- 내 가방

자네가 아침 내내 쳐다보던 그거 말야

이름은 뭐고, 가방에는 뭐가 들었죠?

내 이름은 콥이야

직접 들여다봐

어떤 걸 예상했나, 마약?

왜 낡은 CD를 훔쳤어요?

슬쩍 하기도 쉽고, 팔기도 좋고,
추적도 불가능하거든

다른 건 좀 까다로워

도둑처럼 보이진 않았어요

칭찬으로 알겠어

아직도 관심 있나?

장갑은?

누가 열쇠를 거기 두겠어요?

놀라게 해주지

그렇게 하면 진짜 열려요?

두고 봐

초보라서 운이 좋군

봐, 아무도 없어

우선 가방이 필요해

가방?

물건을 담아야 되잖아.
이젠 목소리 낮추지 않아도 돼

- 당신 가방이 있잖아요?
- 그래

그런 큰 가방은 장물 가방임네,
써붙이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야

빙고!

좋아, 어떤 생각이 들지?

쓸만한 게 없어

- 그래도 별로 개의치 않는군요
- 돈 때문에 하는 게 아니거든

그럼 뭐 때문이죠?

긴장과 흥분을 즐기지.
게다가 나도 너처럼 사람들한테 관심이 많아

누군가의 물건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어지간히 알 수 있지

- 여기 사는 사람들은 나이가 얼마나 될까?
- 모르겠어요

일단 저 이불만 봐도 알잖아.
젊은 사람들이나 덮는 일본식 이불이야

기껏해야 마흔도 안 돼

그리고 빨래 주머니가 하나니까
서로 아주 친하다는 뜻이야

대략 25세 남짓하겠지

나이는 스무 살쯤이고,
몇 년째 함께 사는 것 같아요

아냐, 책을 봐.
이미 대학을 마쳤어

21살이나 22살쯤에 졸업했을 거야

작년에 함께 이사왔어

음악 취향을 보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지

여기 상자가 있군

- 어떤 상자요?
- 누구나 상자를 갖고 있어

- 대개는 그저 신발상자일 뿐이지
- 안에 값진 게 들었나요?

아니, 더욱 흥미로운 게 분명해.
스냅사진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

..편지, 크리스마스 장신구 등등

어디 볼까?

봉투, 사진, 전화카드, 노트...

..아무렇게나 모았잖아, 전시품이군

- 전시품이라니, 무슨 뜻이죠?
- 남에게 보이려는 수집이야

각각의 물건은 이 사람들의
가장 은밀한 뭔가를 말해줘

우리는 바로 그것을 볼 특권을 가졌어.
아주 드문 일이지

아니, 이봐요, 대체...

..왜 그래요?

이건 일종의 일기야.
그래서 이렇게 숨겨놨어

하지만 정작 누군가 봐주길 원하지.
난 그렇게 해줬을 따름이고

이들의 전시품을 봐.
동전의 양면성과도 같아

이래야 누가 봤다는 것을
금새 알 수 있어

우리가 누군가의 삶에 개입하고,
그들이 내심 바라던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야

보험금을 타서 없어진 물건을
다시 사러 간다면...

..왜 이런 물건을 샀는지,
어디에 쓰던 것들인지...

..그제사 처음으로 고민하겠지

네가 훔쳐가야...

..그런 물건이 있었구나,
깨닫게 돼

좀 야하지?
지난번 아파트에서 구한 거야

뭔가 얘깃거리를
남겨주는 게 좋겠어

왜 그러는 거예요?

여자가 남자 바지에서 그걸 발견하면
무슨 짓을 했냐고 다그칠 테지

알아요, 하지만 어째서
그들의 관계를 망치려들죠?

못 들었나?
일단 없어져야만...

..그들은 없어진 존재를 알게 돼

- 술 생각나지?
- 설마 그러겠어요

너무 고지식하게
행동할 필요는 없어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
그땐 썩 괜찮았지

너처럼 두꺼운 장갑을 끼면
이렇게 하기도 힘들어

- 정말로 훔칠 건가요?
- 네 맘에 드는 건 뭐든

하지만 핵심은 그게 아니잖아?
이건 단순 작업에 불과해

물건을 훔치는 게 도둑질의
전부라고 생각했어요

아냐, 핵심은 어딘가 침입해서
누군가의 삶에 개입하고...

..그들의 실체를 알아내는 데 있어

아직 감을 못 잡았나?
여기 이렇게 서 있고, 그들의 술을 마시고...

..전혀 우리와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이고

뭐 마실래?
와인이 좀 있어

- 이런 제기랄...
- 쉿!

와, 깜짝 놀랐네요.
부동산 사무실에서 오셨나요?

- 아님, 우리처럼 집구경하러 오셨나요?
- 내 집에서 뭐하는 거예요?

- 중개인이 우리가 있을 거란 말을 않던가요?
- 우린 이사 안 가요

집주인이신가 보군요.
축하해요, 아주 멋진 집이에요

이사 안 간다니까요

정말요? 그렇다면
중개인에게 확인해볼게요

미안해요

이런, 괜히 위로 올라왔잖아.
내려가려면 한참 기다려야 해

여기서 길이 끊겼어요

제기랄!
저들이 당신을 믿을 것 같아요?

물론 그럴 리 없지

- 본인이 잘했다고 생각해요?
- 불시에 그들을 덮쳤어

- 그들을 놀라게 했지
- 무슨 소리예요?

방금 그 자식은 같이 사는 놈이 아냐.
생각해봐, 잠자코 있었잖아?

그녀는 불륜을 저지르고 있어.
우리가 자기 애인이 아니라서 안도했지

- 그건 당신 짐작이잖아요?
- 대낮에 집에 들어올 이유가 뭔데?

됐어, 넌 그런 생각도 버겁겠지

재수가 없었어. 걱정마,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야

- 별로 안심이 안되네요
- 오, 그래?

다음에는 미리 연습을 해봐

- 아니, 그런 말이 아녜요
- 아니, 그게 맞아

목표물을 정해서
몇 날 며칠이고 조사해봐

- 거기가 우리의 다음 표적이 될 거야
- 네, 좋아요

- 실은 말야...
- 뭐요?

..그런 자식의 난잡한 일상을
들여다봤더니 기분이 더러워

그녀는 데리고 자기엔 형편 없을 거야.
바람이나 피워대는 싸구려였어

맥주 부탁해요

고마워요

- 같이 마실까요?
- 네

그런데 나와 잘 생각은 말아요

- 왜요?
- 저쪽에 있는 사람과 동행이거든요

- 저 대머리요?
- 함께 술 마시는 건 몰라도...

..섹스라면 어림없어요

- 그래도 같이 마실래요?
- 아뇨

- 어째서 당신처럼 멋진 여자가...
- 이런 곳에 있냐고요?

- ..저런 녀석과 어울리죠?
- 사연이 길어요, 목소리 낮춰요

- 그는 여기 주인이에요
- 관심을 끌려고 한 말입니다

다니엘 로이드라고 합니다.
친구들은 대니라고 불러요

그래서요?

오늘은 날이 아닌가 보군요

가끔은 주위 사람들이 숨막히게
느껴지는 날도 있게 마련이죠

맞아요

나는 그런 날을
넌더리나게 겪어봤어요

- 아무 말이나 해줘요
- 어떤...?

10분 뒤에 밖에서 봐요

- 미안해요, 그만...
- 당신이 건드려서 부서졌군요

- 처음부터 그랬어요
- 그래요, 원래 망가져 있었죠

누군가 길에 떨어뜨린 겁니다.
고쳐보려고 했는데...

..그렇지만, 음...

그럴 여유가 없을 것 같아요

주위가 온통 뒤죽박죽이네요

- 당신과 그 대머리는 어떻게 되나요?
- 어떻게 되다뇨?

- 그와 함께 갈 건가요?
- 꼭 그렇진 않아요

관계는 잘 되어가고 있나요?

아뇨, 어쩌다 서로 어울려 다녔는데,
끝난지 꽤 됐어요

- 그런데 왜 그와 동행이라고 말했죠?
- 당신을 떼어버리려고요

같이 마시잔 건 승낙했잖아요?

굳이 밖으로 나올 필요가 있어요?

그는 질투가 심해요.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내키지 않고요

- 뭐가 어때서요?
- 어제 도둑이 들었어요

도둑맞으면 어떤 기분이죠?

보통은 뭘 훔쳐갔냐고 묻지 않나요?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해요

나는 작가예요

놀랍군요

- 그래서요?
- 네?

- 그래서 기분이 어땠어요?
- 재밌더군요

미안해요

- 저 대머리는 위험한 놈이에요, 그렇죠?
- 남들 간섭이나 일삼는 쓰레기군요

- 어떤 식으로 위험할까요?
- 범죄형이라서 위험하다던가...

..부정한 일에 손을 대서
그럴 수도 있고

- 부정한 일이라면 어떤?
- 일반적으로 매춘, 마약, 성인잡지

- 성인잡지?
- 그리고 포르노 영화

- 술집도 두 군데나 갖고 있죠
- 부자군요

맞아요

게다가 세련됐어요

그의 재산을 파악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죠

대충 어떤 것들인가요?

나중에 봐요

가봐야 되겠어요

- 네
- 빌이에요

원하는 게 뭐지?

- 조언이 필요해요
- 뭐에 관한?

- 일이죠
- 무슨 일?

- 내가 말했던 그 일이요
- 관심 없어

네, 알아요.
나 혼자 할 겁니다

- 방어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 방어라니?

자기방어 있잖아요,
무기나 뭐 그런 거요

어쩐지 당신이라면
도움이 될 것 같더군요

철채찍이나 쌍절곤,
그 정도면 충분해

공구도 괜찮지.
예리한 드라이버나, 망치, 끌

- 망치요?
- 그래, 고무손잡이가 달린 보통 크기로

아주 위협적이지.
장도리라면 문도 부술 수 있어

뒷허리춤에 넣어두면 돼

아직 듣고 있어?

이런 장갑은 필수품이야

- 어디서 났어요?
- 미들섹스 병원에서 훔쳤어

구하기 힘들지

여기 있었군

좋아, 가방을 가져와.
난 물건을 살펴볼게

- 갖고 왔어요
- 음, 잘했어

- 근데 어쩌지, 너무 형편없어.
- 정말요?

- 텔레비전은 어때요?
- 소용없어

훔치러 왔지, 부수러 왔어요?

그럼 어서 훔치지 그래?

테이프는 어때요?

- 수집이라긴 그렇고 개인용이야
- 무슨 뜻이에요?

흥겨운 파티장 분위기를
돋우는 음악은 아니라고

- 누구 음악인데요?
- 심플리 레드, 플리트우드 맥, 그런 따위

취미로 들었을까요?

자기 나름이지.
사교성 없는 우울한 녀석일 거야

- 와, 멋진 기계군
- 아마도 작가일 거예요

아니, 작가라면 워드프로세서를 쓰겠지

이 녀석은 작가 지망생이야.
작가와 작가 지망생은 전혀 달라

- 조사는 해봤어?
- 그럼요

- 뭐하는 녀석인지, 일상은 어떤지 살펴봤어?
- 네

- 직업이 뭐야?
- 은행에서 일해요

이 녀석은 실업자야

- 아뇨, 그렇지 않아요
- 책상을 봐. 녀석은 놀고 있어

직업이 있는 사람이라면
집에 이런 쓰레기를 두진 않아

실업자 아니면 학생이야

곧 돌아올지도 몰라

이건 뭐지?
같은 실업자가 이것도 몰랐군

바보, 실업수당 카드잖아!
이런 걸 놓치다니, 당장 여기서 나가!

- 아무 것도 안 가져가요?
- 그래, 안 가져가

불쌍한 실업자의 물건은 필요 없어.
젠장, 너 들으라고 한 말은 아냐

알았어요

내가 봐둔 곳으로 가자

안녕, 편히 앉아요.
잠시만 기다려요

- 훌륭한 집이군요
- 고마워요

사는 모습 보여주고
그런 말 듣긴 첨이라 멋적네요

- 아첨하는 것 같아요
- 도둑맞은 게 뭐죠?

책, 카메라, 음반

벽장에 있던 가방에 물건을 담아 갔어요.
외견상으론 그 정도예요

그런 걸 잃다니 끔찍하군요

대부분 보험처리 되겠죠.
문제는 사적인 것들이에요

- 사적인 거라면 어떤?
- 그게.. 음... 내 속옷을 가져갔어요

저런, 왜 그랬을까요?

변태거나 관음증 환자쯤 되나 보죠

안타깝게도 난 해당사항이 없네요

그리고 귀걸이 한 개를 훔쳐갔어요

둘 다 가져간 것도 아니고,
하나만 가져갔으니 엿먹으란 뜻이겠죠

어딘가에 잘못 놔두고
잊은 건 아닌가요

분명히 화장대에 뒀는데...

..돌아와보니 한 개만 있었어요

- 그래서 지금 한 쪽만 했군요
- 화제거리를 떠오르게 해주잖아요?

옷 입고 나올게요

빌?

야하지?

아직도 가방을 못 찾았나?

- 이 여자의 집이군요
- 응, 매력적인 여자야

- 여기저기 자기 사진을 놔뒀네요
- 그래, 보기 좋아

이것 좀 봐

몇 개 가져가자

- 됐어요
- 싫으면 관둬, 내가 가져갈게

멋진 여자야

빙고

어째서 자기 사진을
이렇게 많이 갖고 있을까요?

직업이 모델인가 봐.
허영심으로 가득하겠지

이만하면 됐나요?

그래, 그만하면 됐어

다른 건 별로야. 오디오는 너무 크고,
피아노는 말할 것도 없고

그녀를 위해 하나는 숨겨둬야지

- 뭐하던 곳이죠?
- 사무실로 쓰던 곳이야

- 열쇠는 어디서 났어요?
- 부수고 들어와서 자물쇠를 바꿨어

저런 잡동사니를 취급하던 곳이었지

절대로 아무도 안 와.
설령 와도 열쇠가 잘못된 줄 알 거야

그러다 결국엔 자물쇠를 또 바꾸겠지.
그때쯤 나는 떠나고 없겠지만

런던에는 이런 버려진
공간이 널렸어

식당이나 가게,
모든 빌딩 숫자보다도 많아

- 여기에 물건을 보관하나요?
- 맞아, 그게 바로 네 임무야

- 처분할 때까지 잘 맡아둬
- 알았어요

아니면, 네가 직접 팔아서
나한테 이익의 반을 주던가

거기까진 관여하고 싶지 않아요

지난번엔 내가 너무 심했어

그러나, 나까지 위험에 빠뜨릴
바보짓을 넋 놓고 볼 순 없지

- 위험이라면 지금도 충분해
- 물론이죠

- 이른 만찬이 되겠군
- 그럴 돈이 어딨어요

- 그거면 돼
- 네?

알았어요

진짜냐고요? 몰라요,
하지만 좋아해요

여기 단골인가봐요

- 네, 그래요
- 즐겨 찾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죠

- 뭘까요?
- 창문이 없어서 어둡기 때문이에요

구석에 있으면
아무도 알아볼 수 없죠

아마 그 대머리도
모르고 지나칠 거예요

- 그런가요?
- 그럴 걸요

이곳에 그가 올 리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무 거리낌 없이
다른 남자를 데려올 수 있겠죠

- 그런가요?
- 그럴 걸요~

대머리와는 이미
끝난 줄 알았는데

맞아요

그런데 왜 아직도
그 술집에 가고...

..이렇게 피해다니죠?

- 전에도 말했듯이...
- 그를 겁내는군요

- ..위험한 작자거든요
- 전에도 그렇게 말했어요

그치만 왜, 얼마나 위험한가요?
계속 그리 말하는 까닭은 뭐죠?

어째서 위험한지 말해봐요

그가 자기 패거리 두 명을...

..집에 데려온 적이 있어요

나중에 누군가 끌려왔는데
그제사 뭐가 뭔지 알겠더군요

그 사람이 돈을
떼먹은 게 분명했어요

그들은 그런 짓을 아주 싫어했죠.
이내 망치를 가져와서는...

..그 사람을 바닥에 눕히더니
손가락을 하나하나 내리쳤어요

그리고는 머리통을 박살냈죠

누가 가서 수건 좀 가져와

농담도 잘하네요

아뇨

- 농담이 아닌가요?
- 네

그게 헤어진 이유였군요

- 그렇죠?
- 아니, 틀렸어요

내 카펫을 피범벅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 썰렁했어요
- 그러게요

도대체 어쩌다가
그런 일에 말려든 건가요?

그게 아니라...

- 다른 얘기해요, 제발...
-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무슨 일을 했나요?
당시에는.. 음...

..그의 밑에서 일했나요?

당신이 참견할 일이 아녜요

나말고 다른 대화상대를
구해보는 게 낫겠네요

아니, 이봐요,
장난이었는데

빙고

가방을 찾아봐, 가방을...

제기랄!

이런 염병할!

머리를 굴려, 머리를...

뭘 훔칠까 궁리 중이군

범죄자, 관음증 환자...
네가 지금 그래

- 전혀 아니에요
- 난 그렇다고 봐

그럴 줄 알았어.
작업대상 고르긴 쉽지 않지

- 뭐가 좋을까요?
- 이런 거면 다 좋지

도둑질로만 먹고 사나요?

꼭 그런 건 아냐.
오늘은 네가 밥 값 좀 내라

돈 없다니까요

너더러 진짜 내란 말은 아니고
D. 로이드란 사람이 내는 거야

돈 쓰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줄게

- 이걸로 결제하라고요?
- 서명해

- 서명하라고요?
- 응

자필로 서명해야
쓸 수 있잖아

D. 로이드...

덜미를 잡힐까
조바심 낸 적은 없어요?

설마 내가 그러겠어?
내 사전에 그럴 일은 없어

- 처음부터 그랬단 말인가요?
- 나는 타고 났거든

그 정도야 새 발의 피지

불가사의한 일도 가능해

- 뭔데요?
- 이를테면...

때로 어떤 집을 관찰해보면
곧 휴가를 떠난다는 걸 알 수 있어

집이 비기를 기다렸다가
한 열흘 살다 나오는 거야

- 말도 안 돼요
- 못 믿겠지만 자주 그랬어

집주인이 언제 돌아올 줄 알고요?

- 보통 부엌 달력에 표시해두잖아?
- 용이주도하군요

제기랄!

- 왜 그래?
- 처음 집에서 봤던 그 여자예요

- 확실해?
- 네, 틀림없어요!

- 먼저 녀석과 함께 왔나?
- 아뇨

그럼 됐어

- 됐다뇨? 우릴 보면 어떡해요?
- 남자랑 있으니 괜찮을 거야

더럽게 재수 없는 상황이라고요

그녀가 우리한테 뭘 따지겠어?
와인 반 병 훔쳤다고? 진정해

- 디저트는 관둘 거죠?
- 아니, 먹을 거야!

-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 화장실 가는 거야

- 나를 봤어요, 나를 봤다고요
- 그래?

- 우리를 알아봤어요, 어서 나가요
- 좋아, 가자

네가 호들갑 떨어서 그렇지...

..사실 우리가 켕길 이유는 없어

식사하고 커피도 못마신다는 건
정말 너무 짜증나

- 그래요, 하지만...
- 그 따위로 말하지마!

그 여자가 나를 알아봤다고요.
달리 어쩔 도리가 없었어요

누가 알아볼까 걱정되면
외모에 변화를 줘봐

헤어스타일이며 의상,
네 엄마도 몰라보게 바꿔

남의 집을 털러 다닌다고 해서
음침하게 보일 필요는 없어

누구나 상자를 갖고 있지

- 네?
- 여보세요, 빌이에요

그래, 빌.
뭘 도와줄까?

별거 아녜요.
물건에 관한 거죠

물건이 뭐가 어쨌길래?

장물아비를 만나봤는데,
대부분 사겠다고 하더군요

당신 말대로
직접 처분해볼까 해서요

당신만큼 값을 후하게
받진 못하겠지만...

..어쨌든 번 돈의
반을 드릴게요

- 어때요?
- 음, 좋은 생각이야

- 다른 얘긴 없고?
- 조언을 실행에 옮겼어요

- 무슨 조언?
- 외모를 바꿔보라던 말씀이요

- 머리도 복장도 말끔하게 바꿨어요
- 이젠 도둑질 관두시게?

심각하게 들을 건 없었는데...

그래도 막상 이래보니
훨씬 낫네요

- 이젠 마음이 놓이나?
- 한결요, 물건 팔면 연락드릴게요

알았어

무슨 얘기예요?

당신.. 당신 물건에 관한 얘기야

자기가 직접 팔아오겠다는군

왜 그럴까요?

녀석이 미끼를 물고
코가 꿰서 그래

물건은 고스란히 놔두고
진짜 팔아온 양, 내게 돈을 주겠지

운 좋으면 당신 물건을
죄다 돌려받을 지도 몰라

완벽해, 사진이 효과적이었어

녀석은 내 말이라면
뭐든 솔깃한단 말씀이야

이젠 내 귀걸이 어디에
숨겼는지 말해줄 거죠?

아니.
팬티 돌려받기 전엔 안 돼

그걸 돌려주려면
꽤나 당혹스러울 거야

현관 유리를 꼭 깨뜨려야 했어요?

겨우 열쇠 하나 못찾아서?

그래, 열쇠가 줄지어
널려 있었더라도...

..빌은 못 찾았을 걸

녀석 집에 갔을 때
어찌나 황당하던지

현관 매트 아래 열쇠를
놔둔 꼴 하고는.. 정말 가관이더라

더군다나 매트가
새 거였으니까...

..열쇠 숨긴 답시고
일부러 산 게 분명해

젠장

저리 꺼져요

난 줄 어떻게 알았어요?
당신 어머니였음 어쩌려고 막말을...

- 알고 그랬어요
- 좀 들어갈게요, 사과하러 왔어요

- 어서 사과해요
- 당신에겐 솔직할 수 없었어요

- 난 도둑질과 관련된 일을 해요
- 뭐라고요?

도둑질을 소재로 글을 쓰고 있죠.
내 친구 중에 빈집털이 전문가가 있거든요

그래서 당신이 도둑맞았을 때
이것저것 캐물었던 거고요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아서
미리 말 못했어요

집은 친구가 털었고
난 아무 짓도 안했어요

그저 따라가서
어쩌나 구경만 했어요

그게 다예요?

네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이젠 그럴 일 없을 거예요.
예전의 관계로 돌아가고 싶어요

- 난 솔직하게 당신을 대했어요
- 여전히 그 대머리를 만나죠?

먼저 번 왔을 때도
그가 나가는 걸 봤어요

- 끝났다고 말했잖아요
- 사실이에요

그런데 어째서 계속 만나죠?

- 나를 협박해서 돈을 뜯어가요
- 그는 돈이 많을텐데...

- 부자가 왜 그런 짓을 해요?
- 부자라고 말한 적 없어요

- 약점을 잡힌 거라도?
- 사진 때문이에요

- 무슨...?
- 내 사진이요. 더는 묻지마요

- 같잖은 당신 소설의 소재가 되긴 싫으니까
- 나를 잘못 봤군요

- 그랬나요?
- 네

사진은 어딨어요?

- 그의 사무실에요, 왜요?
- 내가 갖다줄게요

- 어떻게요?
- 친구가 도와주면 가능해요

사무실엔 중요한 물건이 많을텐데

- 가끔 금고에 돈을 보관해요
- 금고엔 손대지 않을게요

- 사진도 금고에 뒀을 걸요
- 네?!

봉투 안에 넣어놨어요.
필름과 사진이 같이 들었을 거예요

- 그럼 할 수 없네요
- 금고번호를 알아요

- 어떻게 알았어요?
- 여는 걸 자주 봤거든요

나 혼자 들어도 될 만큼
금고가 크진 않아요

그렇담 아예 금고를
통째로 옮겨줄래요?

미치지 않고서야
누가 그 사람 물건을 털겠어요?

잡히지만 않는다면
누구를 털었건...

..문제 될 건 없고
잡힐 리도 없으니 염려마요

봉투를 찾으면 절대로
사진을 안 보겠다고 약속해줘요

- 물론이에요
- 믿어도 되겠어요?

벌써 믿고 있잖아요

- 늦었군
- 죄송해요

물건을 직접 팔아오겠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거의 다 팔아가요

- 나 같으면 이틀 안에 다 팔았을 거야
- 저도 그럴 줄 알았어요

- 무슨 다른 생각하나?
- 예, 털고 싶은 곳이 생겼어요

내가 이미 두어 군데 물색해뒀어

- 특이한 곳이에요. 사진도 좀 있고요
- 사진이라니?

친구를 위해 훔쳐야 돼요

- 현장 사정은?
- 사진은 금고에 있고 금고번호도 알아요

- 사진은 그렇다 치고 돈은 어딨어?
- 돈도 금고에 있어요

..아마도요

아마도라.. 누구 사무실이야?

술집 주인인데,
포르노 배우처럼 생겼어요

- 덩치가 커?
- 그래요

뭐가 어떻게 된 거야?

- 만나는 사람이 있어요
- 누구?

- 저 가방의 주인이요
- 뭐라고?

우리가 털었던 집의,
사진 속에 있던 그 여자예요

농담이라면 집어치워

진짜예요

그녀가 맘에 들어서 뒤를 밟았어요

함께 술도 마시고...
그러면서 가까워졌죠

- 잠자리도 같이 했나?
- 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훔친 걸 되돌려주고 싶은데,
그렇게 되면 내가...

범인이라고 떠벌이는 꼴이지.
여태껏 입 근질거려서 어떻게 참았어?

머리도 멋지고 옷도 훌륭하다만...

- 피를 보게 생겼으니 딱하군
- 무슨 피요?

혼자서 잘해봐

자, 여기 장갑

솔로 데뷔 축하 선물이다

- 그를 때렸어요?
- 녀석과 잤어?

- 그렇게 하라면서요
- 말이 그렇다는 거였지,

누가 진짜로 그러랬어?

- 즐거웠나?
- 그를 패는 건 즐겁던가요?

물론이지

돌아버리겠군.
잘 돼야 하는데...

경찰은 정말 당신이
연루되었다고 생각할까요?

조사 받으러 끌려간 적도 있다니깐?

목격자를 찾는 건
시간문제일 거야

- 당신을 똑똑히 봤을까요?
- 아니. 그러니까 이게 가능하지

우리가 필요한 건
나랑 외모가 얼추 비슷하고,

수법도 대충 비슷하고...
그 정도면 딱이야

목격자에게 자초지종을
사실대로 털어놓음 되잖아요

내가 본 걸 봤다면 그렇게 말 못해.
이건 공포 그 자체야

사방이 온통 피범벅이었어

머리통은 박살났고, 도무지
사람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였지

수사의 단서가 될 흔적을
없애고 나왔어야 되는데...

경황이 없었나봐.
더구나 시체가 따뜻했거든

졸지에 사망시간에 현장에 있던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돼 버렸어

- 목격자가 당신을 제대로 못봤다면서요
- 그게 핵심이 아니잖아

중년 여성이 둔기로 피살된
잔인한 범죄라고

일단 나라고 판단되면 경찰은
어떻게든 나를 옭아매려 들 거야

그래서 희생양이 필요해.
거기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고 진술했어

빌에게 알리바이가 있다면요?

기특하게도 녀석은 친구가 없어

행여 웬 뜨내기가 알리바이를
증명해준다 하더라도...

이제는 머리 모양이 바뀌어서
전혀 못 알아볼걸

녀석은 우리 구세주야

찾았어요.
우선 돈부터 챙겨놨어요

돈이요.. 엄청난 돈다발

아무 것도 아녜요

괜찮아요

괜찮다니까요

금방 갈게요

안 열어보기로 약속했잖아요

열려 있었어.
뜯어져 있더군

- 뜯어져 있었다고요?
-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봐

도대체 뭐 때문이지?
돈을 꺼내는 게 목적이었나?

- 여느 때라면 금고는 비어 있어요
- 그럼 뭐야?

친구 때문이었어요

무고한데도 경찰의
의심을 받는 친구죠

그래서 대신 혐의를 써 줄
가짜가 필요했어요

누구한테 자기처럼
집 터는 수법도 가르쳤죠

자기처럼...?

그게 누구지?

콥이에요

2주 전에 어딘가
털러 들어갔다가

피살된 중년여자를 발견했대요

곧 빠져나왔지만
그를 본 사람이 있었죠

며칠 뒤에 경찰 조사를 받았고
유력한 용의자로 몰리고 있어요

- 정말 죽였을지도 모르지
- 그는 도둑이지, 살인자는 아녜요

경찰에겐 자기를 다른 강도와
착각한 거라고 말했대요

- 같은 수법을 쓰는 사람하고요
- 왜 나였을까?

덕분에 당신이 이 꼴이 됐죠

콥은 당신이 뒤를 밟고 있다는 걸
뻔히 알고 있었어요

처음엔 경찰인 줄 알고
그가 당신 뒤를 밟기도 했어요

콥이 나를...?

그리고는 당신이 머저리 실업자에
불과하다는 걸 알아냈죠

너희 둘이 노린 게 그거였군

어떻게 내게 이럴 수 있어?

아무한테나 이래도 되는 거야?

별로 문제될 건 없잖아요

당신은 돈을 얻었고,
노부인을 죽이지도 않았어요

단지 경찰에게 의혹만
심어주면 되는 거예요

결코 살인죄를
뒤짚어 쓸 리도 없어요

오늘 밤 일로 구속됐어야 했는데

그럼 경찰이 노부인에 대해 물어도
당신은 전혀 알 턱이 없겠죠

그렇다고 무단침입과
기물파손죄가 없어지는 줄 알아?

당신이 저지른 건 맞지만,
어쨌든 현행범은 아니니 걱정마요

거기에 누가 왔었어.
내가 쓰러뜨렸지

목숨이 붙어 있나
확인해 볼 겨를도 없었어

망치에 그의 피가 묻었지

왜 나를 이렇게 만든 거야?

사적인 이유는 없어요

처음 일을 꾸밀 때만 해도
당신이 누군지 몰랐어요

- 내일 아침에 자수해야겠군
- 그게 쉬울까요

가서 모든 걸 밝힐 거야

그런다고 경찰이 당신을 믿겠어요

모조리 말할 거야.
진실이라면 믿어주겠지

- 당신 말을 뒷받침해줄 사람이 있다면요
- 당신이 해주면 돼

싫어요

거짓말이 탄로나면
당신도 무사하지 못해

내가 당신이라면 이러진 않겠어요

이게 전부입니다

달리 물어보실 게 있다면...

한 두 가지 더 있지

최근 노부인 관련 범죄라면
해결 못한 게 없네

- 형사님이 처리하셨나 보군요
- 수사 중인 건수도 없어

우린 자네가 말하는
콥이란 자가 누군지 몰라

녀석이 열어볼 거라고 했잖아

나한테 약속했는 걸요.
그를 믿었죠

사적인 감정은 무의미해.
녀석이 그럴 리 없지

훔쳐보는 거라면
타고 난 녀석이거든

그건 그렇고,
사업 얘기나 해볼까

사업이요?

아마도...

할 말이 더 있을텐데?

아닌가?

- 망치 어딨어?
- 가방 안에요

그건 뭐에 쓰게요?

내가 무슨 일을 하던
두목은 모르는 게 없었어

그 사람이 뭐라는데요?

나한테 금고에 든
돈을 주겠다고 했지

전혀 없나?

변명이라도?

당신 요구가 비합리적이라고 하더군

공갈치곤 욕심이 너무 지나쳤어

당신이 바로 이 방에서
일어난 사건의...

..목격자라고 하던데

두목은 내 일거수일투족도
손바닥 보듯 하는 사람이야

증거물로 쓰려고
피묻은 카펫을 감췄으면...

..진작 말을 했어야지

- 그녀를 만나셨어요?
- 오늘 아침에 그녀를 발견했네

- 발견했다니, 무슨 뜻이죠?
- 시체로 발견됐지

두 종류의 혈흔이 묻어 있는
망치도 함께 발견됐어

그 중 하나는 자네가 병원 신세를
지게 만든 사내의 것과 일치할 거야

손가락이 모두 부러졌어.
금고번호를 캐내려고 자네가 고문했겠지

제가 그런 게 아녜요!

게다가 자네 집 침대 밑에서
흥미로운 게 들어있는 신발상자를 찾았네

그 안에서 지난 주에 사망자가
도둑맞았다고 신고한 물건이 나왔어

여자 속옷 한 벌이지

그녀 것인지 어떻게 아냐고?

그녀의 여권사진이
속옷과 함께 숨겨져있더군

또 하나, 진주 귀걸이를 찾았는데...

..사망 당시 피해자가 착용하고
있던 것과 꼭 같은 것이었네

- 기념품으로 챙긴 건가?
- 아뇨!

그녀의 집에서 나올 때
콥이 꾸민 짓이에요

그와 대질시켜주세요.
주소를 알아요

주소지를 가봤는데
거기에 콥은 없었어

그 아파트는...

D. 로이드라는 사람의 집이야

마침 휴가에서 돌아왔는데...

..집을 비운 동안
강도를 당했다더군

피해는 그리 심하지 않았지만...

..새로 발급 받은 신용카드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대

콥의 짓이 분명해요!
식당에서 그 카드로 결제했어요

자네 집에서 찾은 걸세

콥의 짓이에요...

그가 훔쳤어요

자네 필적 아닌가?

맞아요

주연 - 제레미 테오볼드, 알렉스 호

편집 - 개리스 힐, 크리스토퍼 놀런

제작 - 크리스토퍼 놀런, 제레미 테오볼드

감독 각본 촬영 - 크리스토퍼 놀런